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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4-03 08:49
[지산지소활동과 먹거리교육의 사회적 의미]
 글쓴이 : 양평로컬푸…
조회 : 713  
야스다 시게루
(효고농어촌사회연구소 대표, 고베대학 명예교수)
 
1. 머리말
 
최근 각지에서 지산지소*활동과 먹거리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다. 경제의 세계화 과정에서 큰 이득을 본 일본에서 왜 지금 지산지소활동과 같은 지역 경제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일까. 또 2차 세계대전 이후 비과학적이라고 일축해온 먹거리교육을 왜 지금 일본 사회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학교 교육 안에까지 포함시키려 하는 것일까. 지금부터 그 배경과 의미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고자 한다.
 
2. 일본의 현황
 
(1) 농업의 해체, 농촌의 붕괴
 
공업생산을 중심으로 하는 시장경제는, 자원과 상품, 투자와 기술이전을 통해 자연스럽게 세계화되어간다. 자급경제를 전재로 존립해온 농촌사회와 농업은 시장경제의 흐름에 편입되어, 좋든 싫든 변질될 수밖에 없게 된다. 노동력과 토지 등의 모든 생산요소를 공업이 빨아들였고, 농촌인구의 도시집중과 그 결과로 대도시가 형성되었다.
 
이런 상황은 먼저 국내적으로 농산물의 산지간 경쟁을 격화시켰고, 조건 불리 지역에서 농업을 일부 해체시켰으며, 농촌사회의 부분적 붕괴를 야기했다. 더욱이 시장경제의 세계화와 함께 농산물의 국제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등과 같은 대규모 농산물 수출국으로부터 값싼 농산물이 대량으로 수입되어, 농산물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동시에 언론을 통한 선전과 식문화를 무시한 근대영양학의 영향으로, 국민의 식생활은 빵과 고기와 기름을 너무 많이 섭취하는 방향으로 크게 변모했다.
 
이와 같은 국내외적인 시장경제의 영향으로 농업의 해체와 농촌사회의 붕괴가 눈사태처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일본의 농업종사자 평균연령은 70세에 근접하게 되었고, 학교를 졸업하고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연간 2.5천명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농업은 이미 청년층의 취업 대상이 아니며, 정치적으로도 후계자 육성을 위한 정책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10년 후에는 농업종사자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할 것이고, 20년 후에는 노동력 측면에서 일본의 농업은 해체할 것이며, 농촌 사회는 완전히 붕괴할 운명에 놓이게 된다. 이때에 1억이 넘는 식량 잃은 일본 국민들이 평안히 살 수 없음은 뻔한 이치다.
 
(2) 성숙사회화와 그 심화
 
시장경제의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공업은, 그러나 무한히 확대 가능한 것이 아니다. 공업은 사회가 성숙사회로 가면 갈수록 점차 정체와 축소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있다. 아무리 훌륭한 공업생산물이라 할지라도, 사회가 필요로 하지 않는 생산은 계속될 수 없다. 도로와 철도 등의 사회 기반시설은 이미 그 정비가 끝났고, 개인 소비 차원에서도 가전제품이나 가구류는 이미 충분히 보급되어 있다. 더 이상 대부분의 공업제품은 대량생산을 계속할 필요성을 잃고 있다. 오늘날 상당수 선진국이 직면하고 있는 재정문제와 젊은층 고용문제의 근원은, 이런 성숙사회의 도래와 심화가 그 배경에 있다.
 
공업 중심의 시장경제를 더욱 연명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더 이상 국내 수요에 기대할 수 없으니 개발도상국으로의 수출밖에는 길이 없다고도 이야기한다. 그래서 선진국 간에는 기술력에 의존한 수출경쟁이 한층 치열해진다. 그러나 이런 노력도 머지않아 개발도상국으로의 투자와 기술이전에 의해 그 종언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성숙사회화한 선진국은 어떻든 산업구조의 개편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앞으로 일본은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3) 초초고령 사회의 도래
 
현재 일본의 고령화 비율은 23%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의 고령화는, 한편에서는 2차 대전 이후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가 고령화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낮은 출산율이 회복될 기미가 없는 것이 그 원인이다. 고령인구가 21%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라 하는데,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초고령 사회를 돌파한 셈이다. 더욱이 최근 몇 년간 매년 1%씩 고령화비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이에 따라 10년 후에는 고령화 비율이 30%에 육박할 것이다. 36억년의 역사를 지닌 지구 생명체가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초초고령 사회를 일본인이라는 생명체가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셈이다. 과연 우리는 그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 것일까?
 
인구 피라미드를 예상해보면 20년 후에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역 피라미드가 된다. 아마도 생명체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연령구성이 될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일본은 점차 농업과 농촌의 붕괴에 직면하고, 식량 또한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 성숙사회의 심화와 함께 공업생산도 축소될 것이고, 이에 따라 젊은층의 고용문제와 임금문제도 한층 심각해질 것이다. 여기에 고령자들이 김치 항아리 위에 올라앉은 돌 마냥 젊은이들 위에 올라앉아 있으면, 사람 수가 적은 젊은층은 틀림없이 주저앉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고령자들이 정확히 인식하고 젊은층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결의를 하지 않는 한, 일본사회는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다.
 
3. 지산지소활동의 배경과 경위
 
지산지소라는 개념을 제창한 사람은 시노하라 다카시****씨다. 시장경제에 포섭되어 국내적으로는 지역간 경쟁과 국제적으로는 세계화 경쟁으로 농락당하면서 쇠퇴할 수밖에 없게 된 지역의 농업과 농촌 사회를 재생시키고자, 비록 소수이기는 해도 각지에서 의욕 넘치는 생산자와 농협이, 지역 자원의 재활용과 지역 문화의 재평가를 주축으로 생활의 안전과 안정을 목표로 지역 시장(로컬 마켓)을 재창조하려는 새로운 도전을 전개해왔다. 이런 움직임을 표현한 말이 바로 지산지소이다.
 
고도경제성장과 평행해서 형성된 대도시화는, 필연적으로 농산물의 시장권역을 확대하고 지역간 경쟁을 격화시킨다. 여기에 더해 시장경제의 세계화는 농산물의 국제경쟁을 촉진시키고 농업의 해체와 농촌의 붕괴를 낳았다. 따라서 당연히 농업과 농촌의 재생은 시장논리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세계화에 대항할만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조건이 일본에는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지역(로컬) 뿐이고, 지역 시장(로컬 마켓)의 재생인 것이다.
 
일본에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 시장의 재생을 향한 시도는, 크게 아래와 같은 세 단계의 역사적 경과를 통해 마련되었다.
 
(1) 직거래(산지직거래)운동
 
먼저, 1960년대 후반부터 직거래라 불리는 활동이 각지에서 생겨났다. 대도시화에 따라 시장권역의 확대와 지역간 경쟁이 격화되었고, 그 결과로 원거리 수송에 따른 유통 비용의 상승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로 발생했다. 고도경제성장 시대는 항상 인플레이션을 동반하게 되어 있고, 인플레이션 가운데 농산물 가격의 상승 문제는 일반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도매시장을 배제한 유통, 즉 유통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직거래가 주목받게 되었다. 한 예로, 각지의 농협과 생협 간 도매시장을 통하지 않는 직접 거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10엔 우유(180㏄, 일반 우유는 15엔 정도)는 생협 직거래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그 목적은 값싼 농산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지역 시장의 재생이었다. 하지만 이때의 지역(로컬)은 여전히 현(도)을 넘는 광역의 모습이었다.
 
(2) 산소제휴운동
 
1970년대 후반에 들면서, 먹거리의 안전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로 등장했고, 특히 농약의 잔류문제는 소비자의 큰 관심사가 되었다. 1970년 1월에 모유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고, 더욱이 그 잔류양이 아이의 체력으로 볼 때 한계에 가깝다는 산부인과 의사의 증언이 잇따랐다. 이런 이슈들은 많은 소비자로 하여금 먹거리의 안전을 추구하여 각지에서 운동을 전개하게 만들었다.
 
먹거리의 안전을 추구하는 운동이 급속히 전국적으로 확대된 배경에는, 세계적으로도 유명세를 탄 일본의 4대 공해사건―미나마타병, PCB중독사건, 이타이이타이병, 욧카이치 천식―이 그 배경에 있었다. 이런 공해사건으로부터 사람들은, 환경이 오염되면 그런 환경에서 자란 먹거리가 오염되고, 먹거리가 오염되면 인간 또한 오염되어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아기(신생아)라는 교훈이었다. 당시 거의 모든 농산물에서는 잔류 농약이 검출되었다.
 
이런 때에 값싼 농산물을 추구해왔던 생협의 움직임은 매우 더뎠다. 저렴함과 안전함은 서로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먹거리의 안전을 바라는 수많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조직을 꾸려 생산자와 직접 교섭하고 유기농산물을 공동구입하는 운동을 조직하기에 이르렀다. 이 운동의 사상적 지도자는 일본유기농업연구회*****의 대표인 이치라쿠 테루오*씨였다.
 
산소제휴의 원칙은 조직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고베의 ‘식품공해를 추방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구하는 모임’의 네 가지 원칙을 한 예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안전의 대가를 인정한다. ―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데는 그에 따른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할 필요가 있다.
 
② 위탁의 관계를 확인한다. ― 생산자와 소비자는 서로 생명을 위탁하는 관계다.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농사일 돕기 등으로 인간관계를 더욱 깊이 있게 가져가기 위해 노력한다.
 
③ 부담은 평등히 한다. ― 공동구입운동은 참여하는 전원이 그 일을 분담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다.
 
④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 먹거리의 안전은 모든 사람들에게 보장되어야 한다. 일부의 한정된 사람만이 하는 운동이 아니게 한다.
 
심각한 공해와 잔류농약 문제라는 사회적 이슈가 배경이 되어 산소제휴운동은 일본 각지에서 급속히 전개되었다. 이 운동의 유형과 방식은 상황에 맞게 서로 다른 면이 있으나, 공통적인 것은 생산자의 재생산을 보장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긴다, 단지 상품의 거래로 그치지 않는다는 등의 원칙이다. 이런 산소제휴운동은 직거래와는 사상적으로도 운동론적으로도 명백히 큰 차이가 있고, 생산자와 소비자는 대부분 같은 현 내에서 제휴관계를 맺는다. 그야말로 지역 시장의 실현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3) 농촌직판소의 전개
 
2000년대 들어 농촌지역에서 대형 직판소의 인기가 높아졌다. 물론 이전에도 농가 개인이 자기 밭 한 편에 작은 점포를 만들어 판매하거나, 도로에 인접하여 천막을 치고 판매하는 등의 활동이 있기는 했지만, 지역 차원의 활동으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효고현 내에서 직판소의 단서를 제공한 것은 옛 산다시(三田市) 농협(현재는 효고롯코농협 산다영농지원센터)의 직판소 ‘파스칼 산다’였다. 농협 합병 이야기가 나왔을 때, 당시의 시장은 합병에 의해 지역내 농협 활동이 정체될 것을 염려하고, 그 해결 방안의 하나로 시의 재정적인 지원을 통해 건설한 직판소가 바로 이것이다. 한마디로 파스칼 산다는 산다시의 농업진흥정책의 일환으로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위한 거점으로 구상한 것이다.
 
신도시 인근에 건설한 직판소였기에 생산자는 주로 고령자였지만, 모든 농산물이 지역 생산자가 생산한 것이고, 더욱이 생산자 이름이 붙은 채소라는 홍보가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많은 팬을 획득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산다시에는 다른 신도시와 마찬가지로 대형 할인점과 생협 점포가 있기는 하지만 그곳에서는 다른 대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원격지 채소 중심이었고, 따라서 지역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깔려 있었다. 파스칼 산다가 성공을 거둔 이유는, 신선하다는 점도 있지만 생산자의 이름을 알 수 있게 함으로써 신뢰를 높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런 성공으로부터 힌트를 얻어 효고롯코농협은 더욱 큰 제2호점을 고베시 북부에 건설했다. 이 점포(‘롯코의 은혜’) 또한 매일 많은 소비자들이 찾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고, 이를 보고 현내의 수많은 농협들이 농촌직판소를 개설하기에 이르러, 현재는 고베시 중앙도매시장의 점유율을 상당 부분 빼앗아올 정도까지 판매고를 높이고 있다. 안전 지향과 생산자에 대한 신용, 여기에 신선함과 싼 가격이 더하면서 직판소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할 수 있다.
 
직판소 개설을 통해 농협이 조직적으로 농업생산활동에 힘을 쏟게 되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단카이 세대가 정년퇴직한 후에 농촌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고, 제2의 인생을 채소 재배에 힘 쏟는 사람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비슷한 처지의 동료가 있어 그로부터 기술적인 지도도 받을 수 있고, 판로도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세계화한 시장에서는 도저히 경쟁력이 없는 농산물이라도 직판소에서는 팬을 얻고 수입으로도 연결된다.
 
현재 일본의 지산지소활동은 직거래에서 산소제휴로, 그리고 농촌직판소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이 지니는 사회적 의미는, 세계화한 시장 하에서는 도저히 경쟁력이 없는 농산물이라도 안전과 신용을 평가받음으로써 지역 소비자의 지지를 얻어 수입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다양한 활동이 일본에서는 지금 중층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활동이 더욱 활발히 전개된다면 붕괴 직전에 놓인 농촌 사회를 농업생산을 중심으로 재생시키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여기에 지산지소가 지니는 커다란 현대적 의미가 있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산소제휴도 농촌직판소도 농산물을 생산하는 사람과 먹는 사람, 즉 활동의 주체가 대부분 고령자다. 다시 말해, 이런 활동은 쌀과 채소 위주로 식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일본의 젊은층은 빵과 육류를 즐기고 채소를 멀리 한다. 일부러 농촌직판소까지 가서 물건을 사는 의미를 잘 모르고 있다. 지산지소 활동의 지속이 반드시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들게 하는 이유다.
 
또 한가지 우려는, 소비자들이 직판소를 찾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가격의 저렴함 때문이라는 사실에서 유래한다. 직판소는 대부분 생산자 스스로가 가격을 붙여 판매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보다 저렴하게 팔기 위한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현재 직판소에서의 판매 가격으로는 전업적인 후계자를 기를 수 없다. 지역의 후계자를 기르지 못하는 농촌직판소는 또한 지속성을 가질 수 없다.
 
4. 먹거리교육의 전개와 의미
 
(1) 식생활기본법의 제정
 
2005년 6월에 일본에서는 식생활교육기본법이 새로이 제정되어 7월에 바로 시행되었다. 먹거리교육은 인간 교육의 기초라는 메이지 시대 이래로부터의 생각(이시즈카 사겐** 「통속 먹거리 양생법(通俗食物養生法)」1898년)이 재발견되었던 것이다. 젊은 세대의 왜곡된 먹거리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법률은 주로 세 곳의 부처가 관여하여 기본법 제정 이후 각각의 관계 기관이 먹거리교육에 힘 쏟게 되었다.
 
문부과학성(=교육과학기술부)은 학교 교육의 일환으로 먹거리교육에 힘쓰도록 각 시군구의 교육위원회에 지시했고, 그 결과로 전국의 초중고교에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제히 수업의 하나로 먹거리교육과 쌀농사 체험 학습 등을 전개하고 있다.
 
후생노동성(=보건복지부)은 의료, 보건 및 복지 행정 안에 먹거리교육의 관점을 넣도록 지시했고, 이에 따라 가령 각지의 보건복지센터(지역의 보건소)는 의료비 급등의 큰 원인인 생활습관병의 예방을 위해 올바르게 먹는 방법에 관한 교육, 즉 먹거리교육에 과거와는 다르게 힘을 쏟고 있다.
 
농림수산성(=농림수산식품부)은 농업행정에 먹거리교육의 관점을 넣도록 지도했고, 이에 따라 각지에서 자치단체 주최의 먹거리교육 강좌와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또 전국의 농협에서도 학교 체험학습 등과 연계하여 먹거리교육을 열심히 전개하기 시작했다.
 
(2) 고 고 고쿠미의 ‘밥 글방’
 
나는 5년 전부터 농림수산성의 도움을 받아 ‘고 고 고쿠미(gogo-gokumi)’의 ‘밥 글방’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고 고 고쿠미’***란, 인터넷상으로만 존재하는 가상의 학교인데, 식문화로서의 밥을 종합적으로 학습하는 학교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계획적으로 커리큘럼을 작성하여 해설하고, 문제를 내서 해답을 채점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구조로서, 밥의 소중함을 배우고, 아이들에게 밥 먹는 습관을 들이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되었다.
 
한편, 가상현실의 학교만으로는 가장 소중한 어린아이들에 대한 먹거리교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정된 예산 안에서 ‘밥 글방’(교장 야스다 시게루)을 오사카-고베 지역의 보육원 및 유치원에 개교하는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아이들끼리 힘을 모아 밥솥에 밥을 짓고, 방금 지은 맛있는 밥을 아이들과 그 보호자들이 함께 먹으면서, 부모와 자식 모두가 밥의 맛있음과 소중함을 배우고, 밥 먹는 습관을 들게 하기 위한 것이 그 목적이다. 먹는 데서 그치면 의식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밥이 다 되기까지의 약 1시간을 이용해서 보호자들에게 밥의 소중함을 강의한다.
 
일본인의 식문화가 밥에서 빵으로 변하게 된 것은, 그 배경에 미국의 밀 전략이 있었다. 미국으로부터 기증받은 이동주방차(kitchen-car)가 전국을 돌아다녔고, 사람들은 처음 맛본 도넛의 맛에 감동했으며, 기름을 이용한 요리와 밀가루 식품의 영양적 가치를 말하는 당시신예 영양사들의 말에 설득 당했다. 사람들의 식생활이 점차 변화해간 것이다. 미국의 밀 전략으로부터 우리가 얻은 교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동기는 감동과 납득에 있다는 점이었다.
 
미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일본인들에게 감동과 납득의 프로그램을 강요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교훈을 역으로 사용하여, 지극히 작지만 수공업적인 운동으로서, 밥솥에 밥을 짓고 아이들과 보호자들이 함께 밥의 맛에 ‘감동’하면서, 밥 글방의 강의에 대해 ‘납득’하는, 그런 교실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밥 글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나서 한 달 후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밥을 짓는 동안 강의를 들은 보호자의 45%가 아침식사를 빵에서 밥으로 바꿨다고 회답했다. 오사카-고베 지역의 젊은 세대는 대부분 아침을 빵으로 해결한다. 당연히 아이들도 빵을 먹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이 아이들의 식습관을 다시한번 밥으로 되돌리지 않으면 일본의 농업과 먹거리의 미래는 없다. 올해부터는 농림수산성으로부터의 지원도 끝났지만, 효고현 단독 사업으로 계속할 예정이다.
 
그런데 설문조사는 한 달 후에 실시한 것이다. 세 달이 지난 후에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다.
 
(3) 학교에서의 먹거리교육 실천
 
2005년 5월에 효고현 교육위원회는 ‘학교에서의 먹거리교육 추진위원회’를 설치했다. 이는 곧 제정될 식생활교육기본법에 대비하여 어떤 먹거리교육이 학교에서 가능할지, 또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에 대해 연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효고현의 대응이 이렇게 매우 빠를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담당과장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의 먹거리교육 추진위원회’는, 먼저 현내 1200개 학교 가운데 10개 초중학교를 지정하여, 이곳을 대상으로 학교 교과안에 어떻게 하면 먹거리교육이 가능할지, 학교 급식의 시간을 이용한 먹거리교육은 어떠해야 할지, 영양교사의 역할은 어떻게 자리매김 해야 할지 등의 여러 과제를 연구했다.
 
2년간의 지정 학교에 대한 연구 성과는 ‘학교에서 먹거리교육 실천 프로그램’으로 정리되었고, 이는 지금 현내 모든 초중학교의 먹거리교육 교본으로 활용되고 있다. 3년째에는 50개 학교가 먹거리교육 실천 학교로 지정되어 현내 각 지역의 먹거리교육 모델 학교로서 자리매김했다. 이후에도 영양교사의 배치 유무와 학교 급식의 유무 등을 감안하여 연구학교가 지정되었고, 어떤 사정이 있는 학교라도 먹거리교육이 실시될 수 있는 연구가 계속되었다.
 
연구학교 지정만이 아니라, 학교 관리자(교장과 교감)와 먹거리교육 담당자, 혹은 영양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회 등이 매년 개최되었고, 이를 통해 현내 모든 초중학교에서 먹거리교육이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도가 이루어졌으며, 이런 활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효고현내의 모든 초중학교에는 학교 차원의 먹거리교육 계획과 연간 계획이 책정되어 있으며, 수업의 구체적인 지도계획도 다양한 교과별로 책정되어 있고, 먹거리교육을 위한 교재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어 인터넷으로도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다.
 
학교 현장은 사회로부터 다양한 비판과 요청을 받는 매우 바쁜 곳이다. 학력 향상은 어느 시대에서나 사회가 학교에게 강력히 강요하는 주요과제이고, 도덕교육과 특히 최근에는 환경교육도 학교교육 안에서는 이미 당연시되고 있다. 소비자교육과 (조기)영어교육까지도 그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학교 현장은 제한된 시간 안에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교육을 실천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새로이 먹거리교육을 실시한다는 위로부터의 지시에 대해, 실제 학교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방식은 매우 복잡하다.
 
나는 ‘학교에서의 먹거리교육 추진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계속적으로 학교를 방문하여 먹거리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호소하는 한편, 학력 향상 등의 다른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먹거리교육임을 설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전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4) 먹거리교육의 기본 철학
 
최근 여러 기관과 단체가 다양한 장소에서 먹거리교육이라 불리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활동들 안에 식생활교육기본법이 목표로 하는 먹거리교육의 기본 철학이 반드시 잘 반영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기관과 단체의 성격상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학교에서의 먹거리교육이라면 식생활교육기본법의 전체적 목표를 고려하여 수업에 반영하는 것이 옳다. 식생활교육기본법의 목표는 아래 여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식생활교육기본법의 목표
 
① 풍요로운 인간성을 기른다. ― 먹거리는 생명이 있는 존재다. 그 생명을 모심으로서 우리들을 살린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먹거리를 만들어주는 사람에게도 진솔히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기른다.
 
② 생활능력을 높인다. ― 먹거리는 살아가는 능력의 기본이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도 밥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을 몸에 익히게 한다. 작은 능력의 획득이 반드시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③ 식문화를 계승한다. ― 문화란 세대의 선택에도 살아남아 선조들로부터 이어져 온 생활 지혜의 총체이다. 고갈될 자원에 의존하지 않는 삶의 방식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계승해야 한다.
 
④ 건강히 살아가는 지혜를 닦는다. ― 행복의 토대는 건강이고, 건강의 토대는 먹거리다. 바른 먹거리에 대해 한사람 한사람이 잘 배워 행복한 사회를 지향한다.
 
⑤ 환경의 소중함을 배운다. ― 먹거리의 안정과 안전은 환경이 풍요롭게 보전되었을 때 비로소 보장받는다. 지구온난화는 먹거리의 안정을 파괴하고, 환경의 오염은 심각한 먹거리의 안전 문제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미나마타병은 증명하고 있다.
 
⑥ 식량 생산력을 높이는 삶을 몸에 익힌다. ― 지역의 식량 생산력을 지키는 것은 미래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토대다. 자원낭비형 원거리 수송은 곧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또 다음 세대의 일터로서 지역 농업은 중요하게 될 것이다.
 
이상의 여섯 가지 목표를 관련된 교과안에서, 교과서에 기술된 내용을 활용하면서 수업지도계획에 담아낼 필요가 있다. 과학과 사회는 물론 다른 교과에도 먹거리교육은 다양한 방식으로 모색될 수 있다. 가령 초등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생김새를 바꾼 콩’이라는 단원이 있다. 본래 목적은 생명의 생장과정과 먹거리 문화를 공부하는 것이지만, 일상생활과 연관된 먹거리 교육의 교재로서 많은 학교에서 활용되고 있다. 즉 국어 시간에서도 먹거리교육이 가능한 사례이다.
 
지금까지 먹거리와 관련된 교육은 가정에서 당담해왔다. 먹거리는 삶의 기본이고 부모 역할의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그 교육을 가정에서 행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광고와 근대영양학에 기초한 부분적 효용설은, 사람들의 식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고, 위 여섯 가지 먹거리교육의 목표에 대해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해왔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사회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 지금 먹거리교육에 큰 기대가 걸려 있다.
 
(5) 먹거리교육의 사회적 의미
 
살인과 폭력사건이 매일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본. 물론 격차와 소외가 그 원인이지만, 생명의 존엄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 쉽게 폭력에 호소하는 체질을 지닌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지금까지 해왔던 먹거리교육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국민의료비가 34조 엔을 돌파한 환자 대국 일본. 여기에도 매일 매일의 식생활이 깊이 관련되어 있다. 식량 자급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고, 지역의 식량생산력―생산력 요소로서 농업종사자, 연령구성, 농지면적, 지력, 농업용수, 지역이 길러낸 전통적인 종자 등―은 그 어느 것 하나를 들어도 모두 해체 일변도에 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다음 세대는 틀림없이 더 이상 평화로운 삶을 계속하기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다시금 먹거리교육이 지향하는 여섯 가지 목표를 실현 가능하도록 하는 학교교육과 시민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물론 곧바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활동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학교교육을 통해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아이들을 세상에 내보내고, 지역에서 감동과 납득의 활동을 계속하면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며, 서서히 하지만 착실히 여론을 변화시켜가는 활동이 필요하다. 먹거리교육에 기대를 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산지소 활동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먹거리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빵과 고기에 치우친 식생활을 반성하고, 밥과 채소를 열심히 먹는 젊은 세대가 길러지지 않는 한, 지산지소 활동은 결코 계속될 수 없다. 결국 농촌사회의 재생 또한 먹거리교육이 그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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